AI 대응 늦었던 글로벌 기업들, 양자컴퓨팅은 선제 준비…인력·보안·활용처 확보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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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8-19 17:34본문
AI 대응 늦었던 글로벌 기업들, 양자컴퓨팅은 선제 준비…인력·보안·활용처 확보 속도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과정에서 기술 대응 시기를 놓쳤던 경험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컴퓨팅 기술로 평가받는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한발 앞선 준비에 나서고 있다. 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찾는 동시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험까지 미리 대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 시각)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난해 양자컴퓨팅 관련 분야에 사용한 금액은 모두 3억달러, 한화로 약 425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BCG는 기업이 양자컴퓨팅에 투입한 자금 규모가 연구기관과 정부가 지출한 금액을 합친 수준보다 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기술이 초기 단계에 있고 상업적으로 어느 시점에 대규모 활용이 가능해질지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민간기업의 투자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준비 수준도 단순한 정보 수집 단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BCG가 금융, 헬스케어, 에너지 등 11개 산업에서 시가총액 상위 25개 기업씩 총 275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62%가 자체적인 양자컴퓨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연간 투자액도 100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방식은 전문인력 채용부터 외부 기술기업과의 공동 연구,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활용 사례 개발,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터 시험 등으로 다양하다. 자체 양자컴퓨터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외부 인프라를 이용해 기술을 검증하고 내부 인력을 먼저 육성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상용화 이전부터 양자컴퓨팅에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얻은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첨단 AI 모델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기업 업무에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일부 기업은 관련 전문가와 데이터 기반, 내부 시스템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초기 대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팅에서는 기술이 완전히 성숙한 뒤 뒤늦게 뛰어들기보다 사전에 인력과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도 양자컴퓨팅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보험회사 올스테이트는 약 10명 규모의 양자컴퓨팅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련 인력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스테이트가 검토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보험료 산정이다. 주택 지붕에 사용된 자재, 건축 연식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을 동시에 분석해 기존보다 정밀한 보험료 산정 체계를 만드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톰 윌슨 올스테이트 최고경영자 겸 회장은 양자컴퓨팅의 정확한 출시 시점을 예측할 수 없더라도 새로운 기술이 실제 시장에 등장하기 전에 조직이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금융산업에서도 관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HSBC는 런던과 싱가포르, 인도 등에 양자컴퓨팅 관련 인력을 배치해 수십 명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HSBC와 IBM은 지난해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기존 고전 컴퓨팅 방식을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채권 최적화 예측 성능이 최대 34% 개선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곧바로 모든 금융 업무에서 양자컴퓨터가 기존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기업들의 연구는 특정 문제에서 양자컴퓨팅이 실제 개선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에 가깝다.
HSBC가 관심을 두는 또 다른 영역은 보안이다.
향후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현재 사용되는 일부 암호 방식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HSBC는 이에 대비해 기존 보안 체계를 향후 새로운 암호환경에 맞게 전환하는 작업에도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회계·컨설팅업계도 양자컴퓨팅 활용 준비에 참여하고 있다.
EY는 고객 대상 자문과 기술 활용을 목적으로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 자체 양자컴퓨터를 도입했다. 해당 투자는 EY가 AI와 차세대 기술 분야에 3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기로 한 계획의 일부다.
기업들이 양자컴퓨터를 직접 확보하거나 전문팀을 구성하는 이유는 단기간 안에 기존 컴퓨터를 모두 대체할 것으로 판단해서라기보다, 미래에 기술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준비 체계를 갖추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현재 양자컴퓨팅 산업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존 컴퓨터보다 뚜렷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특정 계산 문제에서 높은 잠재력이 기대되고 있지만 기업 경영과 금융, 보험, 헬스케어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될 때까지는 추가적인 기술 발전과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투자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기술이 완성된 뒤 인력 확보와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는 방식보다, 현재 단계에서부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실제 활용 가능한 업무를 찾아 시험하며 보안체계의 전환 가능성까지 함께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양자컴퓨팅 투자는 단순한 신기술 선점 경쟁이라기보다 AI 확산 과정에서 경험한 대응 지연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사전 준비에 가깝다.
현재로서는 양자컴퓨팅이 언제 본격적인 수익성과 산업적 효율성을 만들어낼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주요 기업들은 기술의 완성 시점을 기다리기보다 인력, 활용 사례, 인프라와 보안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양자컴퓨팅의 실제 상용화 속도가 앞으로 기업들의 기대에 부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관련 조직과 투자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컴퓨팅 기술을 둘러싼 기업 간 준비 경쟁은 한층 빨라지고 있다.
